
문수림의 500자 소설, 500자 내외로도 소설이 성립할 수 있는가? | 마이티북스 블로그
문수림의 500자 소설, 500자 내외로도 소설이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마이티북스 출판 블로그 글입니다.
문수림의 500자 소설 정의 및 소개
문수림의 500자 소설
문수림 작가의 '500자 소설'은 500자 내외의 분량 안에서 하나의 서사를 완결하는 형식을 말한다.
이는 단편 중에서도 초단편, 아니, 극초단편에 가까운 실험적인 형태다.
그럼, 왜 하필 500자였고, 왜 굳이 소설의 형태여야 했을까?
숏폼 시대의 소설
현대인들의 여가 시간은 릴스와 숏츠로 소비되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소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문수림 작가는 파편화 된 영상 문법을 보며 텍스트로 된 서사는 어떤 식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고 한다.
그럴 때 만난 것이 '스레드'라는 sns플랫폼이었다. 500자로 제한되는 피드 글쓰기를 보며, 문수림 작가는 테스트하듯이 몇 편을 써보게 되었고, 이후에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500자는 소설이 성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리적 단위일지도 모른다."
그런 믿음 하나로 500자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기존 초단편 소설과의 구분
그 과정에서 문수림 작가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고 500자 소설을 형식화, 장르화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국내 문학소설에는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장편소설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 분량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된 바가 없다고 한다. 그건 초단편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고정된 길이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길이 개념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초단편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들의 분량은 일정하지가 않다. 이는 단편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원고지 80매 내외 같은 기준은 어디까지나 몇몇 공모전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하던 수치에 불과하다.
그런 관점에서 창작자가 스스로 분량에 제약을 두고 일정 분량 안에서 기본적인 소설 요소를 넣어 작동하게 하는 건 상당한 모험이다.
"분량적인 면에서는 초단편의 하위 갈래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형식을 확고히 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또 다른 차이가 존재합니다."
문수림 작가는 그래서 기존의 초단편소설이라 불린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하기 위해 상당히 의식했었음을 밝혔다.
아이디어가 아닌 정서적 여운
500자 소설 이전에도 트위터의 140자 소설 같은 경우가 있었지만, 그걸 소설로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곽재식 님의 140자 소설 같은 경우에는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죠. 문제는 140자라는 물리적 제약이 너무 과하다는 겁니다. 그 안에서는 중심 인물에게 사건이 작동하여 변화를 주기보단 제시된 정보 자체가 뒤집히는, 소위 말하는 '반전'만이 있죠."
반면, 문수림 작가의 500자 소설은 서사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인물', '상황', '사건', '변화'가 존재한다.
일부러 독자에게 제공되는 정보 치환으로 반전을 주기보단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을 이용하여 감성과 상상력의 밀도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
"물론, 모든 소설이 다 베스트는 아닙니다. 수록된 101편은 고르고 고른 아이들이 아니라, 제가 실험하면서 모습을 찾아가게 된 과정 전체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소설집이 더욱 궁금해진다
문수림 작가는 이번 소설집의 완성으로 500자 소설의 형식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나오는 소설집들은 똑같이 500자로 묶였어도 형태는 조금씩 다를 겁니다. 기본적으로 500자 내외라는 제약은 같겠지만, 거기에 더해 어떤 식으로든,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며 변형이 가능하다는 걸 더 세밀하게 보여주고 싶거든요."
